사랑니는 어릴 땐 전설처럼 들리는 단어였다. 무섭고, 아프고, 피가 철철 난다더라. 그런데 정작 내가 사랑니를 다 뽑고 나서 느낀 건 “이게 그렇게 무서운 거였나?” 하는 맥 빠진 감상이었다. 총 두 번에 걸쳐 네 개. 왼쪽 위·아래, 오른쪽 위·아래. 이쯤 되면 구강 내 사랑니 청산은 정식 졸업이라 불러도 될 정도다. 처음에 병원 의자에 누웠을 땐 긴장이 꽤 심했다. 입안에서 뭔가 쑤시고, 당기고, 쓱—하면서 아프기라도 하면 내가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의외의 복병은 마취였다. 한 쪽당 3방씩, 총 6방. 입천장, 잇몸 안쪽, 볼 쪽까지 골고루 찔러넣는다. 바늘이 얇아도, 약간 짜증 날 정도로 아프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의사 선생님 뺨 한 대 치고 싶을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