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끝나고 집에 오면 밤 11시가 넘는다. 밥 차리기는 귀찮고 배달은 부담스러운 그 애매한 시간. 그럴 때 나는 아파트 상가 GS25에 들른다. 벌써 2년째 이 습관이다. 처음엔 그냥 컵라면 하나 사서 때웠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것저것 조합해서 사 먹는 재미가 붙었다. 오늘은 그동안 편의점에서 직접 조합해 먹어본 야식들을 하나씩 적어본다.

야근 끝나고 편의점 앞에서 늘 하는 고민
편의점 야식의 핵심은 결국 얼마에 얼마나 배를 채우느냐다. 컵라면 하나는 대충 1,700원, 삼각김밥은 1,300원 안팎, 도시락은 4,900원 정도 한다. 나는 보통 5,000원 안쪽으로 끊는 걸 목표로 장바구니를 짠다. 라면 하나에 삼각김밥 하나면 3,000원 언저리고, 배는 딱 적당히 부르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이 있다. 밤 10시 넘어가면 도시락이나 김밥에 2+1이나 1+1 행사 스티커가 붙는 매장이 많다. 폐기 직전 물건을 할인 대신 묶음으로 돌리는 건데, 이걸 노리면 같은 값에 한두 개를 더 챙길 수 있다. 나는 이걸 알고 나서 편의점 가는 시간을 일부러 조금 늦췄다. 처음 한 달은 그냥 아무거나 집었는데, 몇 번 실패하고 나서야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실패라는 게 별건 아니다. 라면에 안 어울리는 걸 넣어서 국물을 버린다거나, 도시락을 잘못 골라서 반이나 남긴다거나 하는 사소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게 야식 한 끼로는 은근히 아쉽다. 5,000원어치 사서 반을 버리면 그날은 좀 억울하다.
라면에 뭘 넣느냐로 그날 야식이 갈린다
편의점 조합의 절반은 라면에서 결정된다. 그냥 끓이면 심심하니까 뭐라도 넣는데, 나는 신라면 투움바를 베이스로 자주 쓴다. 매운 국물에 우유나 슬라이스 치즈 한 장을 넣으면 크리미하게 순해진다. 편의점에 우유가 부담이면 커피 코너의 작은 스틱 우유로도 된다. 이 조합은 예전에 따로 신라면 투움바만 끓여 먹어본 후기에도 적었는데, 치즈를 더하니 확실히 다른 음식이 됐다.
김밥과 라면 조합도 클래식이다. 삼각김밥을 국물에 살짝 적셔 먹으면 밥알이 국물을 머금어서 든든하다. 나는 라면을 3분보다 30초쯤 덜 끓여서 면을 좀 꼬들하게 두는 편인데, 국물에 밥을 말 거면 면이 좀 덜 익어도 밥이 국물을 흡수하는 동안 알아서 익는다. 나트륨은 좀 걱정되지만, 야식으로 한 끼 때우는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 타협한다.
매운 라면에 뭘 더할지 몇 개만 정리하면 이렇다.
- 치즈 한 장 — 신라면이나 불닭 계열에 넣으면 매운맛이 순해지고 국물이 걸쭉해진다.
- 우유 조금 — 투움바 계열엔 우유가 정석이다. 커피 코너 스틱 우유로도 된다.
- 삼각김밥 — 밥 대신 국물에 말면 배가 확실히 찬다. 참치마요보다 전주비빔이 국물이랑 잘 맞더라.
- 계란 — 매장에 반숙란이 있으면 하나 까 넣는다. 이게 있고 없고 차이가 꽤 크다.
| 조합 | 대략 가격 | 조리 시간 | 내 만족도 |
|---|---|---|---|
| 신라면 투움바 + 치즈 1장 | 약 3,200원 | 5분 | 상 |
| 컵라면 + 삼각김밥 | 약 3,000원 | 4분 | 중상 |
| 진짬뽕 간편식 단독 | 약 4,000원 | 3분 | 상 |
| 편의점 도시락 단독 | 약 4,900원 | 3분 | 중 |
표로 정리하고 보니, 손이 덜 가면서도 만족도가 높은 쪽은 의외로 조합이 아니라 잘 만든 간편식이었다.

조합보다 그냥 잘 만든 간편식이 나을 때
한동안 조합에 재미를 붙였다가, 요즘은 오히려 오뚜기 진짬뽕 간편식을 자주 집는다. 컵라면 버전보다 짬뽕도 덮밥도 확실히 맛이 진하다. 전자레인지에 3분 정도 돌리면 되고, 국물 건더기가 컵라면과는 비교가 안 된다. 값은 4,000원 안팎이라 컵라면 두 개 값이지만, 한 끼로 제대로 먹는다는 느낌이 든다.
편의점 도시락도 처음 먹었을 때 생각보다 괜찮았다. 맨날 김밥만 사다가 처음으로 제육도시락을 먹어봤는데, 좀 짜긴 해도 밥 양이 넉넉했다. 다만 제육 계열은 매장에 따라 냄새가 좀 나는 경우가 있어서, 나는 요즘 불고기나 치킨마요 쪽으로 손이 간다. 도시락은 전자레인지 데우는 시간이 중요한데, 표시된 시간보다 20초쯤 덜 돌려야 밥이 안 마른다. 풀타임으로 돌리면 가장자리 밥이 딱딱해진다.
간편식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요즘 편의점 간편식 수준이 예전이랑 다르다. 2~3년 전만 해도 그냥 배 채우는 용도였는데, 지금은 국물 있는 짬뽕이나 우동, 덮밥류는 웬만한 분식집 수준은 된다. 물론 근무하는 사람들 말로는 간편식만 한 달 보면 쳐다보기 싫어진다고 하던데, 어쩌다 한 번 먹는 나 같은 입장에서는 딱 좋다.
떡볶이랑 순대, 야식 조합의 클래식
편의점 냉장 코너의 즉석 떡볶이도 야식으로 빠질 수 없다. 언젠가 청년다방 차돌떡볶이에 리얼프라이스 찰순대를 곁들여 먹은 적이 있는데, 이게 편의점에서 만든 야식치고는 꽤 그럴듯했다. 떡볶이 국물에 순대를 찍어 먹으니 분식집 부럽지 않았다. 딱 하나 아쉬웠던 건 맥주가 없었다는 것. 이런 매운 야식엔 시원한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편의점 야식은 결국 국물 있는 매운 것 하나에 찍어 먹을 것 하나, 그리고 마실 것 하나. 이 세 박자가 맞으면 밖에서 사 먹는 야식이 부럽지 않다.
떡볶이 쪽 이야기는 예전에 편의점 떡볶이 다대기로 맛 살려본 후기에서 더 자세히 다뤘다. 매운 걸 좋아하면 다대기 소스를 살짝 추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삼각김밥은 브랜드 따라 진짜 다르더라
삼각김밥을 웬만한 편의점은 다 먹어봤는데, 브랜드마다 밥 상태가 꽤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이마트24 전주삼김이 제일 나았다. 밥이 떡지지 않고, 안에 양념이 단짠단짠하게 배어 있어서 그냥 먹어도 심심하지 않다. 쓱배송에서도 팔길래 몇 번 시켜 먹었다.
내가 편의점 삼각김밥을 고를 때 보는 기준은 대충 이렇다.
- 밥이 떡져 있는지 — 냉장 진열이 오래된 건 밥알이 뭉쳐서 식감이 떨어진다.
- 속 재료가 한쪽으로 쏠렸는지 — 참치마요 같은 건 양이 들쭉날쭉하다.
- 유통기한이 반나절 이상 남았는지 — 임박한 건 밥이 굳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세 가지만 보면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든다. GS 타코야끼처럼 데워 먹는 즉석 간식도 가끔 집는데, 갓 데웠을 때는 존맛인데 식으면 급격히 맛이 떨어져서 나는 매장에서 바로 데워 나온다.
유튜브 꿀조합 3일 따라 해보고 느낀 것
한때 유튜브에 나오는 편의점 꿀조합을 3일에 걸쳐 하나씩 따라 해본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상에서 하는 그런 호들갑 떨 정도의 맛은 아니었다. 짜파게티에 이것저것 얹는 조합이나, 라면에 온갖 소스를 붓는 조합은 솔직히 그냥 원래 라면이 더 나았다. 재료비만 늘고 맛은 애매한 경우가 꽤 많다.
그래도 몇 개는 건졌다. 라면 국물에 밥 대신 삼각김밥을 넣는 건 확실히 편하고 맛있었고, 매운 국물엔 우유나 치즈가 진리라는 것도 다시 확인했다. 국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라면 국물 자체를 진하게 즐기고 싶으면 돼지국밥 느낌 나는 라면 조합 후기가 참고가 될 거다. 반대로 유튜브에서 극찬하던 짜파게티에 스트링치즈 왕창 넣는 조합은 나한텐 그냥 느끼하기만 했다. 사람 입맛이라는 게 이렇게 다르다.
매운 야식엔 마실 것이 반이다
야식 조합에서 의외로 자주 빼먹는 게 음료다. 매운 라면이나 떡볶이를 먹을 때 물만 마시면 뭔가 허전하다. 나는 요즘 편의점 민초 라떼 같은 달달한 음료를 매운 야식이랑 같이 둔다. 맵고 단 게 묘하게 잘 맞는다. 예전엔 매운 거엔 무조건 탄산이라고 생각했는데, 단 라떼 종류가 매운맛을 눌러주는 느낌이 더 좋더라.
탄산이 당기는 날은 제로 콜라를 고른다. 야식이라 칼로리가 신경 쓰이니까 음료라도 0으로 맞추는 건데, 사실 라면 한 그릇이 500kcal 넘어가는 걸 생각하면 큰 의미는 없다. 그래도 마음이 편하다. 맥주를 곁들이고 싶은 날도 있는데, 다음 날 출근을 생각하면 대개 참는다.
몇 달 이것저것 먹어보고 내린 결론은 단순하다. 화려한 조합보다 자기 입에 맞는 기본기 몇 개를 아는 게 낫다는 것. 나는 이제 편의점 들어가면 고민 없이 신라면 투움바에 치즈 한 장, 아니면 진짬뽕 간편식 둘 중 하나로 간다.

오늘도 야근이었다. 집에 오는 길에 또 그 GS25에 들렀고, 신라면 투움바에 치즈 한 장을 넣어 먹었다. 별거 아닌데,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이면 하루가 그럭저럭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다음엔 아직 안 먹어본 밀키트 쪽도 한번 도전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