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편의점 알바생의 첫 하겐다즈 체험 후기 – 높은 기대치, 입맛은 솔직했다 (아이스크림 취향의 단상)

naive_shin 2025. 4. 6. 12:52
반응형

알바 중 마주한 작은 사치...

편의점 알바는 늘 비슷한 시간들을 반복한다. 진열, 계산, 정리, 청소. 낯익은 상품들과 손님의 흐름 사이에서 가끔 눈에 걸리는 건, 잘 팔리지 않는 고급 아이스크림 한 통이다. 냉동고 깊숙한 자리에서, 빛을 덜 받는 금빛 포장을 두르고 있는 하겐다즈. 이름부터 고급스러워 보이는 이 디저트를 수없이 담아주면서도, 나는 한 번도 스스로 사 본 적은 없었다.

 

하겐다즈 모습



그러던 어느 날, 점장님이 야간 떨이 세일을 허락했다. 평소보다 훨씬 저렴하게 나오는 아이스크림들 사이에서, 나도 모르게 손이 하겐다즈에 닿았다. ‘다들 맛있다는데, 한 번쯤은 먹어봐야 하지 않을까?’ 큰맘 먹고, 진열장에서 조용히 하나를 골랐다. 맛은 클래식한 바닐라.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평가받기 쉬운 맛.

입안에 퍼지는 고운 질감, 그러나 낯선 단맛
첫 숟가락은 꽤 인상적이었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질감, 입안에서 천천히 녹아드는 농도 짙은 단맛. 확실히 ‘싸구려 아이스크림’과는 결이 달랐다. 하지만 몇 숟갈을 더 떠먹자, 이상하게 느끼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너무 고운 식감이 입 안에 남고, 단맛은 점점 텁텁함으로 변해갔다. 이게 ‘고급’이라는 건 알겠지만, 정작 내 혀는 익숙한 걸 원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순간 생각난 건 돼지바였다. 바삭한 초코코팅과 딸기시럽의 인공적인 단맛, 과장된 식감. 누군가는 싸구려라 말할지도 모르지만, 내 입에는 그 투박한 조화가 더 익숙하고, 더 반가웠다.

취향은 고급지지 않아도 괜찮다
그날 하겐다즈를 다 먹지 못했다. 반쯤 남긴 채로 냉동고 한켠에 넣었고, 다시 꺼내지 않았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조금 있었지만,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입맛에도 계급이 있다는 말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기분이었다.

누구나 하겐다즈가 최고라고 말하지만, 결국 맛이란 건 개인의 기억과 감정, 환경과 경험이 얽힌 감각이다. 나처럼 편의점 뒷문에서 컵라면 냄새 맡으며 자란 입맛엔, 익숙한 조합이 가장 정직했다. 그리고 그것도 괜찮다고 느꼈다. 고급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내가 부족한 건 아니니까.

 

다양한 하겐다즈 제품들



결론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하겐다즈는 분명 좋은 아이스크림이었다. 질감도 풍부했고, 포장도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내 입맛엔 맞지 않았다. 다시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기대와 다르다고 해서 그 맛을 부정하진 않지만, 그 감상이 나에겐 솔직한 진짜였다. 맛있는 건 따로 있고, 기억되는 건 또 따로 있다.

가끔은, 돼지바 하나가 더 큰 위로를 준다. 익숙하고 투박한 것이 내 하루의 피로를 녹여줄 때가 있다. 편돌이로 보내는 하루 속 작은 사치는, 그렇게 끝이 났다. 다음엔 그냥, 내 입맛대로 고르기로 했다.



결론 : 맛에도 취향이 있고, 그 취향은 언제나 정직합니다.

반응형